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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생은 흘러간다.


우리가 살면서 영화관에 걸리는
메이저 영화를 제외하고 인디 영화나
저예산 영화등은 접하기가 힘든
현실 인데요.

가끔씩은 잘 차려진 밥상보다
소소하게 밥에다 김싸먹는 것이
좋은 것 처럼,

오늘은 자극적이지 않은
인디영화 한편
가지고 와봤습니다.

오늘의 스포없는 리뷰는
영화 벌새 입니다.

이영화의줄거리

1994년 당시 14세 였던 주인공인
여중생 은희의 주변엔 미스터리한 일
투성이 입니다.

갑자기 귀에 난 혹, 연락이 안되는 남친,
크게 싸우다가도 아무런 일 없다는 듯 
그 자리인 부모님, 꼬여만 가는 우정 등
알 수 없는 일로 가득찬 그녀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발버둥 치는
한마리 벌새 같네요.

스포없는리뷰

2019년 한해동안 인디영화 중,
가장 많이 들어본 작품이라면
당연히 이 벌새라는 작품입니다.

지금이야, 한창 헐리우드에서는
미나리 열풍이었지만,

그 전에 국내 영화제는 물론,
해외 영화제에서 까지
수상을 하는 등 꽤나 이름이
알려진 작품이 벌새라는 작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상영관이 많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 (영화 '벌새')
1994년을 배경으로 다룬 작품 (영화 '벌새')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평범한 한 가정의 14세 은희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줄거리를 조금 애매모호하게
적은 이유도 이 영화의 특징 때문인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14세 은희의 시야로 엄청난 큰 사건
없이 그저 물 흐르듯이 진행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은희 (영화 '벌새')
이 영화의 주인공 은희 (영화 '벌새')

14세의 은희의 시점에서 큰 사건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일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선
뭔가 밍숭맹숭할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면 다들 그렇지 않나요?
어렸을 때엔 살면서 관심사는 오직 나와
내주변 이었습니다.

커가면서 생각이 바뀌고 사회라는
큰 숲을 볼 수 있게 된거죠.

결국 은희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영화 '벌새')
결국 은희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영화 '벌새')

이 영화는 그저 묵묵히 1994년을
살아가는 은희와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던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가며,
아빠,오빠의 폭력에도 침묵하고
주변의 가득한 부정에도
아무소리 못하며 

마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마당에 꽃을 향해 날아가는
벌새처럼 은희는 그 가운데에서
이 짜증남을 풀 길도 없이
한없이 나풀거리고 있습니다.

은희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영화 '벌새')
은희는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영화 '벌새')

1994년,
한국의 역사에서 보면
참 큰 일이 많았던 시기중에
하나였습니다.

성수대교 붕괴라던가,
우리가 잘 아는 IMF도
3년 뒤쯤에 일어난 사건이었죠.

이런 일들이 큰 사건으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성수대교 붕괴는
어느정도 사건이 되긴 합니다만..)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흘러 지나갑니다.

그만큼 영화는
철저히 은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영화는 이런 은희를 내세워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겉은 시멘트를 잘 발라
번쩍거리고 멀쩡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공허하고
부실한 성수대교 처럼 말이죠.

은희는 결국 우리 한명한명의 모습입니다. (영화 '벌새')
은희는 결국 우리 한명한명의 모습입니다. (영화 '벌새')

영화는 은희의 성장기를 다루며,
이 인물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혼란을 느끼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은희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이 영화는 은희가 겪는 시련과
인간관계를 나에게도 비춰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서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게 합니다.

저같은 경우엔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했는데
특히, 이 말이 확 와닿더군요.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얼굴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진심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아주 보편적이지만,
우리와 닮아있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
한번 보셔도 좋을 만한 영화였습니다.

감상포인트

그 시절의 향수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그 시대의 소품과 음악, 화면톤을
영리하게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주듣던 음악, 브라운관 TV
어느집에나 있던 위인전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군데군대 배치하여
그 시절의 향기를 기억나게 
하고 있습니다.

은희를 통해 본 인생

영화는 14세의 은희에게
가혹한 운명을 던져줍니다.

그 시절이 아니라면 겪지 않아도 될
폭력과 아픈 추억들, 또 삶과 죽음에
느끼는 감정들을 은희를 통해 보여주며
현재를 살아나가는 우리를 비춰줍니다.

이영화는이런분에게추천

- 1990년대를 추억하고픈 분
-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성장기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분

다음에도 괜찮은 영화 감상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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